계간 공예생활산책 2024 / Winter [Vol.5]

경기도 이천 도자기 마을 탐방기

흙냄새가 가득한 골목, 물레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장인들의 분주한 손길.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도자기 마을은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국 도자기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이천은 고려시대부터 양질의 백토가 생산되어 도자기 제작의 중심지였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사옹원 분원이 설치되어 왕실용 백자를 제작했던 곳으로,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다.

도예촌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다.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의 연기로, 이곳에서는 여전히 전통 방식의 장작가마를 사용하는 곳이 있다. 물론 현대식 전기가마와 가스가마도 많이 사용되지만, 전통 방식으로 빚어낸 도자기 특유의 깊이와 자연스러운 변화를 추구하는 작가들은 여전히 장작가마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을 사랑한다.

마을 곳곳에는 40여 개의 도예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각 공방마다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전통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정옥 도예가의 공방부터, 미니멀한 현대 백자를 선보이는 이민혁 작가의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세대 간 교류다. 40년 넘게 도예를 해온 원로 작가의 공방 옆에,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젊은 작가의 실험적인 스튜디오가 자리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시각과 접근 방식을 가진 작가들이 한 공간에서 작업하며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은,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현대적으로 계승되는 생동감 있는 현장을 보여준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직접 물레를 돌려보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흙의 감촉을 느끼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도자기에 담긴 시간과 정성의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해준다.

이천 도자기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것은 천년을 이어온 한국 도자 문화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창조의 공간이다. 겨울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방문한 이곳에서, 우리는 시간을 초월하는 공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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