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9월호 #3] 두드리고, 자르고, 이어 붙이다 — 금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금속공예

금속은 단단하고 차가운 소재입니다. 하지만 공방에서는 망치 소리와 톱질 소리, 줄질과 열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금속공예는 금·은·철·구리·주석·백동 등 다양한 금속을 이용해 생활용품과 장신구, 장식품, 의례용구 등을 만드는 공예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금속공예의 역사는 청동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시대에 따라 주조·단조·판금·입사·누금 등 다양한 기법이 발전해왔습니다.
금속을 만드는 가장 오래된 방법 중 하나, ‘두드림’
금속공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단조(鍛造)입니다.
단조는 금속을 망치 등으로 두드려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기법입니다. 단순히 금속을 세게 두드리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금속의 두께와 방향, 곡률을 고려하면서 조금씩 형태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반면 주조(鑄造)는 녹인 금속을 거푸집에 부어 형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주조는 청동기시대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금속 성형기법으로, 생활용품부터 종과 불상, 금속활자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데 활용되어 왔습니다.


작은 흠집 하나까지 작품의 일부가 된다
금속공예의 또 다른 매력은 표면에 남는 손의 흔적입니다.
망치로 두드린 흔적, 줄로 다듬은 표면, 불을 가한 뒤 나타나는 색의 변화, 금속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차이는 작품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특히 은이나 구리처럼 가공성이 좋은 금속은 작업자의 의도에 따라 매우 섬세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작은 반지나 귀걸이부터 식기와 조명, 조형 작품에 이르기까지 금속공예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범위도 매우 넓습니다.
공방의 작업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망치와 펜치, 톱, 줄, 집게 등 수많은 도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도구가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목적을 향합니다.
금속이라는 재료가 가진 가능성을 끌어내는 것.
오래 사용할수록 깊어지는 재료
금속공예의 매력은 완성되는 순간에만 있지 않습니다.
금속은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고, 소재에 따라 표면의 색과 질감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냅니다. 처음에는 반짝이던 금속이 손길과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금속공예가 가진 특징입니다.
그래서 금속공예 작품에는 ‘새것’이라는 개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하면서 생기는 흔적과 변화 역시 작품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